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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세이

There is no path but the way
                                                            명드보라


자바섬 동쪽에 브로모(Bromo)라는 활화산이 있습니다. 그 화산을 올라가는 초입에 축대에 지은 집을 사이로 길이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화산을 만나러 올라가는 큰 길이고 오른편의 좁은 입구는 그저 특별할 것 없는 샛길입니다. 사실 우리 가족의 아지트는 이 샛길을 타고 내려가면 만나는 숲 속 장엄한 폭포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기에 폭포를 걷다 보면 비경에 숨이 멎을 지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직업에 소명을 갖고 시작하지만 시간은 그 사람에게 두 개의 다른 길을 선택하게 합니다. 참 많은 의사들이 선택하는 길은 누구나 가본길입니다
참 많은 목사와 선교사들이 선택하는 길도 누구나 갔던 길입니다. 그 길은 수렵하기 풍부한 곳으로 가는 길입니다.

호머(Homer)의 서사시(epic poem) ‘The Odyssey’를 길을 오가며 읽고 있는데, 이 책은 첫 장부터 내게 이렇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한 눈먼 시인이 글을 통해 사물과 영웅들과 신들(gods)의 이야기를 눈을 뜨고 사는 사람들에게 장엄한 예술로 드러내놓는 것인가?”와 “20년간 트로이 전쟁터로 간 사람을 기다린 여인을 가진 한 남자의 여운인가!”

사도들의 행전 중에서 바울과 바나바가 루스드라(Lystra)에 나면서부터 발을 쓰지 못하는 자를 일으킨 사건으로 인해 무리가 소리지르며 신들이 사람의 형상으로 내려왔다고 ‘바나바’를 ‘제우스’로 ‘바울’을 ‘헤르메스’로 부르니, 급기야는 제우스 신전의 제사장이 소와 화환을 가지고 와서 제사하자고 소동이 일어납니다. 바울과 바나바가 기가 막혀 옷을 찢고 소리질러 말합니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이런 헛된 일을 버리고 천지와 바다와 그 가운데 만물을 지으시고 살아계신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함이라!” 이 일로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예수의 제자가 됩니다. 바울은 쉬지 않고 아시아를 여행하며 복음을 전하는데 그 중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에베소(Ephesus)에서 큰 소동이 또 일어납니다. 데메드리오라는 은장색이 아데미(Artemis)여신의 작은 신전 모형을 은으로 만들어 팔았는데 직공들과 그 영업하는 사람들을 모아 노사공동 노조회의를 합니다(행19:25). 이슈는 바울이라는 사람이 아시아를 다니며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라고 하니 자신들의 생업이 위협을 받게 된 것으로 분노하여 한 마음으로 결의하여 바울과 같이 다니는 마게도냐 사람 가이오와 아리스다고를 붙들어 연극공연장으로 달려들어간 것입니다. 군중들은 연극장에서 “크다 에베소 사람의 아데미여!”라는 말을 무려 두 시간 동안 외쳤다고 사도행전은 기록했으니 얼마나 에베소나 소아시아가 아데미 여신에 열광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민회와 재판을 거쳐 고소해야 하는데 기다릴 것도 없이 불법집회를 열어 군중 속으로 끌고 간 것입니다.

오디세이를 읽다가 사도행전의 이 장면이 생각이 나서 그만 책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습니다. 당시 그들에게 아데미(Artemis아르테미스) 여신은 평범한 우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제우스의 딸(Nymphs)이며 태양신(아폴론)의 누이로 모든 남성의 꿈이자 마음의 비경이었죠. 사슴과 멧돼지(boars)들과 숲을 달리며 사냥을 하는 처녀 아데미;아름다운 오솔길에서 시원하고 달콤한 향기 나는 님프(정령/아직도 많은 부족이 정령숭배를 함)! 사랑스럽고 유쾌하며 꿈을 꾸게 하는 신비함으로 서사시는 묘사하고 있기에,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여인을 그녀의 신전모형을 빚어 소유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에베소에 가면 신전 터 기둥들이 남아있습니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비밀스런 아름다움들과 사람의 발이 타지 않은 처녀림과 그 속에 함께 사는 벌레들과 온갖 생물들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입니다. 세상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조차 아름답게 지으신 분의 이야기는 멀어지고 그 영광을 아랫것(gods)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그 왜곡된 이해의 결박을 풀어주려 한 것이고 아데미 여신을 섬기는 당시 대중들은 자신들의 절대적인 우상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에 분노한 것입니다

지금 하나님의 자녀라 말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오히려 획일적이 되고 고루하며 미적 발현이 일어나면 거룩하지 않은 것처럼 상대적 비교인 로고스보다 저급하게 취급하여 자신의 속에서 처참히 묻어버리며, 세상우상을 섬기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아데미적 가치’에 열광합니다. 진실은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아도 가슴과 영혼으로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과 대화하는 것은 눈으로 보기 때문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아마도 호머가 기원전 8세기가 아니라 예수님 당시에 존재했다면 그는 ‘예수’라는 제목으로 서사시를 기록했을지도 모릅니다.

로고스(λογος)는 듣는 것입니다. 그 분의 침묵을 들으며 하나님이 주신 자연이라는 그림을 듣고 사람을 듣습니다. 성 프란시스(Saint Francis of Assisi in 1209)가 새들과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었을 것입니다. 짐승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데 사람의 말은 간혹 진실을 가릴 때가 있습니다. 아름답고 장엄한 서사시를 남긴 호머는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답니다. 그럼에도 그가 묘사한 슬픔마저 아름다운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본 것이며 듣고 냄새 맡고 가슴과 머리와 몸에서 느끼는 것들입니다. 사람의 가슴에 담긴 것은 아무리 길어도 다 퍼낼 수가 없습니다.  

당시 로마제국하의 아시아 전체를 휩싸고 있던 예술과 미의 극치로 인식한 헬라의 신 제우스 가문 숭배문화 속으로 들어가 생명의 복음을 전했던 한 남자는 진정한 예술가이며 학자이며 선동가였지만 그 보다 하나님에 대한 열심이 특심이었던 사도였습니다. 오늘 우리들에게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그 방향을 틀어 생명을 건지려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행진을 보기 원합니다 사단과 그 졸개들의 거짓과 허상과 감정싸움에 흔들리지 말고, 책상과 밥상에서 일어나 군중 속 앉은뱅이와 우상숭배자들 가운데로 걸어 들어오시오!


“You know the way to the place where I am going
I am the way and the truth and the life… (John14:4,6)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너희가 아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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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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