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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세이

황홀한 일출 Sunrise Peak!

 

명드보라 선교사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오케스트라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는 아르트르 루빈스타인(1887-1982)이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루빈스타인은 삶의 탈출구가 전혀 없다고 여기던 스물한 살 자살을 시도하다 벨트가 끊어져 실패했죠. 태어나 걸으면서부터 피아노 의자에 앉게 된 천재성으로 스물한 살 이른 나이에 총체적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입니다.

 

기대수명과 평균수명이 길어졌습니다. 그럴수록 하루를 산다는 것의 소중함을 잊기 십상이지요. 어제는 약국에 들러 처방약을 기다리면서 항공일정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것을 들은 약사가 직업을 바꾸자고 합니다. 약국은 제법 넓었지만 약사가 움직이는 동선은 매우 협소한 자리였는데 평생 서거나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업입니다. 길게 살면서 한 번쯤 매너리즘을 만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겠지요.

 

루빈스타인의 절망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때였습니다.

죽음에서 정신을 차린 그는 산다는 것 자체가 희망임을 깨달았죠.

 

선교사들은 말이 느린 편입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가슴을 돌아다녀 그냥 천천히 말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교회가 후원을 중단하면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느려집니다. 간혹 넘쳐서 혹은 모자라서 잘못된 분들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선교사들은 돈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세상살이에 미련하면 선교사가 되는지 선교사가 되면 미련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말고. 있으면 퍼주고 없으면 못주고. 그래도 받는 것은 아직도 힘이 듭니다. 뒤돌아 하나님 앞에 앉아 소리 없는 기도를 많이 하죠. 보통 집도 연금도 없어서인지 스스로에겐 은퇴가 없습니다. 교회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이런 미련함입니다.

 

영혼을 사랑하게 되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만나가 매일 내리는 것을 봅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는 오늘도 세상엔 넘쳐납니다. 만나의 비밀은 장막을 나와 거두어야 하며 넘치게 거두면 썩게 됩니다.

선교사가 선교사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경영 잘하고 재리에 밝고 사람 잘 다루고 세상사에 눈치 빠른 그대는 사업가로 전업을 추천합니다. 선교사나 목사는 세상에 미련하지 않으면 반드시 그만한 자리의 정치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선교도 목회도 사회도 정체가 옵니다. 사람들이 종교 매너리즘에 빠집니다.

오늘은 오래된 모차르트의 CD ‘황홀한 일출’을 걸고 아침식탁을 차렸습니다. 잔병을 달고 살아 아침에 별일 없이 눈을 뜨면 저절로 어깨가 웃습니다. 하루의 태양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은 보석 같은 은혜입니다. 기도 후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라면 커다란 일출의 뜨거운 얼굴을 품은 것 같습니다.

 

하루를 하나님과 멀어지면 내가 알고 이틀을 기도하지 않으면 식구들이 알고 이것이 지속되면 내가 중심이 된 세속적 가치에 주권을 내줍니다.

but those who hope in the Lord will renew their strength.

They will soar on wings like eagle. (Isaiah 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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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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