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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세이

Back to the future?
Let’s go to the future
                                                                            명드보라

목수들 사이에 “한 번 자르기 위해 두 번을 재라”는 규칙이 있답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가 첫 동기라면 그것을 행동화하는 것을 목수가 나무로 만들 물건을 위해 작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거창하게 들리는 ‘소명’이란 말이나 소소한 일상에서의 만남들을 인생의 천칭에 달아본다면 경험을 많이 가진 사람에겐 그 가치가 덜 한 것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래 전 나사렛의 한 목수가 나무를 만졌던 손, 사람을 고쳤던 그 손을 지금 우리에게 내밀고 계시는데,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그 분의 사랑을 느껴봅니다.

회심을 경험한지 두 해가 지난 어느 여름 밤. 집 앞 계단에 앉아 이제 막 어두워진 하늘의 별을 보면서 나눈 대화가 오늘 저희가 한 집에 살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바라보는 하늘의 별빛과 모습은 무한한 과거의 그림자라는 것과 우리가 인식하는 현재라는 시간조차 그렇게 맘놓고 현재라고 명명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에, 지금 이 시간이 모든 사물에게 같은 시간의 선상에 있지 않다는 것을 한 사람의 과학도를 만남으로 알게 된 것입니다

며칠 전에 말레이시아 KL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볼 일을 마치고 나와 차를 잡으려는데 쉽지 않아서 큰 길까지 걸어 나왔습니다. 멈추는 차도 없고 빈 택시도 없었습니다. 보도를 따라 한 참 걷다가 갑자기 길이 없어지고 차도만 남아 더운 거리를 되돌아 나와 반대편 큰 길로 다시 보도를 타고 한 참 걸었지만 거기도 눈 앞에서 보도가 없어지고 하이웨이로 연결이 되어있었습니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 보도 위에서 난감했습니다. 길로 닦여 있어서 걸어온 길이 갑자기 없어진 것입니다. 멀쩡하게 닦인 보도가 갑자기 없어진 그 자리에서 만약 우리가 길이라고 믿고 살아온 시간의 앞 길이 이와 같은 걸 처음부터 알았다면 아무도 이 길을 들어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면 이 길 말고도 길은 있기 때문입니다.

되돌아오면서 자세히 보니 말레이사람들도 많이 혼동되었던지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밟아서 낸 샛길이 뚫어진 철조망과 아파트 담 사이로 사람 하나 드나들 정도로 몇 군데 나 있었습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엔 심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서진 철조망을 보는 순간 “이반제니소비치의 하루” 라는 수용소 생활을 그린 러시아 소설 속 주인공의 하루가 떠 올랐습니다. 어제 저쪽에 쌓았던 벽돌을 오늘은 이쪽으로 다시 옮겨 쌓는 일 따위를 강제로 함으로써 모양은 사람이나 사람으로 살지 못하는 무거운 좌절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죄인의 삶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가고 싶지 않은 길, 다시 생각해 봐도 하고 싶지 않은 일, 그리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험과 오늘까지 살아온 일들의 축적이 나라는 사람의 ‘history’를 채우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부터 가능하기만 하다면, 우리는 그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의 창고에 가득한 다시 꺼내고 싶지도 않고 그럴 마음도 없는 것들을 지워 보내면 좋겠습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가고 싶은 길. 생각할수록 기쁘게 하고 또 하고 싶은 일.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과의 좋았던 시간들. 거룩한 예배와 예수와의 처음 사랑의 빛이 넘쳐 흘러나온 꿈 같은 시간. 들꽃 한 송이만 봐도 가슴이 기쁘던 일. 가족이 있어서 함께 웃고 울 수 있던 시간. 친구라서 한 마디만 나누어 가져도 세상을 함께 가진 것 같은 차오름과 평안함……
죄인들도 이런 미래를 마음껏 꿈꿀 수 있습니다.

현재라고 모두가 현재에 놓여있지 않듯 다 같이 주어진 일반은총의 시간조차 참으로 주관적으로 흐르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렇게 쓴 글을 읽으며 어떤 분들은 더욱 깊은 사색과 고독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감이란 말조차도 주관적일 테니 말입니다.

지난 어느 날 미래를 볼 수 있었던 그 기대와 꿈을 우리 모두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미래로 돌아가기 보다는 그 때도 볼 수 없었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시간들 속으로 우리가 함께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Back to the future”가 아니라 “Go to the future”로 말입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다른 사람들도 알지 못하고 나도 모르지만, 어제 보았던 그 들꽃이 아닌 새로운 생명의 들 향기 호흡 속으로, 성령의 새 술에 취한 사도행전적 교회를 세우는 일로, 모든 땅 끝의 한 끝에서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물건을 만드는 장인처럼 내게 맡겨진 일에 묵묵히 충성하는 새 일꾼으로 말입니다.

선교사에겐 은퇴도 정년도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은퇴하고 다시 일할 수 있는 세계도 오직 선교사에게 주어진 특권이고 부르심을 입는 날까지 맘껏 충성할 수 있는 것도 우리의 특권입니다. 과거의 선교와 선교적 짐을 “Back to the future”에 묻고 우리는 내게 맡겨진 아름다운 들판을 바라보며 나무쟁이처럼 숲 속에 나무 한 그루 찾아 다듬는 일에 다시 심고 가꾸는 일에 시간을 보내도 좋겠습니다. 그게 너무 좋아 아픔의 눈물이 난들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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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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