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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아래] 그림 한 장, 인생 한 장

명드보라 선교사

“내가 진정으로 화가가 되었다면 그건 모두 부댕(Eugene Boudin)의 덕분이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말입니다. 어제는 딸내미와 오랜만에 미술관엘 갔습니다. 딸이 엄마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철없는 사람이 비로소 딸내미를 보면서 정말 자연스럽고 예쁘구나 감탄했습니다.

19세기 중반 낭만주의 화가들이 노르망디 농장 트루빌(Trouville) 도로변 코트 드 그라스고 지대에 하나 둘 모여 살면서 그린 그림들을 보는 호사를 오랜만에 누렸습니다. 트루빌 해변과 루앙(de Rouen)항구의 뱃고동 연기와 바람은 지금도 부는 것 같았고 항구가까이에 있는 뱃머리의 연기방향은 모자를 쓴 선원이 육지로 바람을 키질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있는 그림들은 밖에서 본 것에 비하면 너무 적은 작품들과 습작들 입니다. 그러나 몇 작품은 두 번을 보고 세 번을 봐도 같은 감동이 옵니다. 많은 그림이 방향을 가지고 있고 정물화조차 빛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 그림 다음에는 어떤 일이 생겼을 거라는 여운을 남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그림들은 아주 평범한 일상을 담아냈습니다. 항구와 파도와 바람과 구름과 부둣가를 거니는 사람들이나 식사장면, 수도원 등 노르망디의 일상들 입니다.

제가 부댕에게서 본 것을 다른 화가들도 보았는가 하여 뒤로 돌아가 그들의 그림을 다시 보았지만 부댕과 모네의 미묘한 느낌이 나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과거 모네의 그림만 보았을 때 느낀 감동이 부댕의 것을 보며 멈칫했습니다. 모네가 부댕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알았습니다. 팽창을 표현할 때 축소의 붓터치 입니다. 갇힘 속에 숨구멍이 있고, 사람이 그려지지 않은 배에 사람의 냄새가 올라옵니다. 움직이는 모든 것을 넣어놓고 움직이지 못하는 모래사장이 그들을 담아냅니다.

모네는 스승 부댕의 기법을 연하게 화면 전체에 풀어놓았습니다.

사람과 마주 앉아있으면 그 사람의 영혼이 보입니다. 그림에서 화가를 볼 수 있듯 성경을 묵상할 때 생각이 많아지고 힘든 것은 사건 속 그 사람들이 보일 때입니다.

시돈의 한 여인은 대선지자 엘리야를 통해 무엇을 보고 배웠을까요? 먼저 인간 엘리야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도 배고프면 먹을 것이 필요하고, 혼자서는 외로운.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과 쉼 없이 만나는 사람의 아름다움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이 그림 한 장으로 나온다면, 그 먹고 자고 살다간 많은 사람들과 똑 같은 풍경에 그것이 너였다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나 만의 인생을 입히는 2015년을 그림처럼 열어봅니다. 클로드 모네가 외젠 부댕을 만나 인생과 그림이 달라진 것처럼!

 

* 선교타임즈 2015년 1월호 (vol.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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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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