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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세이

자유민 (The Freedmen)
                                                     명드보라 선교사


쇼팽의 24개의 피아노전주곡(24Preludes) 중 14번은 아주 짧지만 거친 바다의 열정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위기가 오죠. 그 중 슬픔과 고통은 쇼팽의 14번 전주곡처럼 아주 짧은 순간 폭풍처럼 옵니다.

사무엘 무어 목사와 고종의 주치의였던 제중원 의사 에비슨은 한 학동의 부친이 콜레라를 심하게 앓자 치료를 하여 죽음직전에서 그를 살려냈습니다. 살아난 자의 신분은 1894년 당시 백정이었지요. 청일전쟁이 터지고 동학혁명이 일어난 혼란의 해였지만 신분의 격차가 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학동은 박서양으로 한국최초의 서양의사가 되었고, 그 부친은 선교사에게 치료를 받고 교회를 다니게 되었는데 그 교회가 승동교회의 전신인 곤당골 교회입니다. 반상의 구별이 엄격한 시대에 양반들과 나란히 장로까지 지낸 사람으로 한국교회사에 아름다운 파격을 던진 사람들입니다.

선교사가 세운 학교에는 그 후에도 반상구별 없이 누구나 입학을 할 수 있었지만, 반가의 어른들은 공부를 시켜놓고 보니 사고가 분망해져 신학문을 배운 여식을 수치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수치로 여기는 것은 사고영역의 확대가 아니라 배웠음에도 지식과 정보만 늘었지 의지를 이행하지 못하고 사고확장이 없는 머뭇거리는 젊음입니다.

오늘 아침 말씀 묵상 중에 한 회당에서 어떤 분들이(성경에는 어떤 자들이라 번역) 스데반 집사와 논쟁을 하고 있는 장면에서 멈추게 되었습니다. 스데반이 지혜와 성령으로 말함을 그들이 능히 당하지 못하니 사람을 매수하여 그의 전함을 왜곡하고 사람들을 충동시켜 잡아들입니다. 즉 거짓증인들이 나선 것이지요. 그는 공회로 잡혀가 마지막 설교를 하고 돌에 맞아 죽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스데반 집사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간 회당은 어디였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을까요

NIV에는 ‘자유민의 회당(the Synagogue of the Freedmen)’이라고 번역되었는데 노예의 신분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모이는 헬라파 유대인(the Grecian Jews)회당임을 사도행전 6장1절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타국에서 노예로 살다가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은 전통적인 야훼 신앙 안에서 규례를 통해 마음의 짐을 덜고 선민의식에 힘을 얻어 그들이 살아온 방식을 지키며 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루살렘의 자유민 회당은 노예신분을 벗은 자유민이 세운 ‘회당’인 셈이죠. 그들이 회당을 따로 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언어와 혼혈. 문화. 깰 수 없는 신분의 벽이 주 요인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선의 첫 양의는 노예와 다를 바 없는 백정의 신분이었으나 조선의 평민에게 까지 꿈을 준 사람입니다. ‘자유민’은 참 자유를 주기 위해 온 진정한 자유민 스데반집사를 돌로 쳐서 죽는 상황으로 내몰았지만 하나님은 이 일로 초대교회사를 바꾸어버렸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성도들이 핍박을 피해 각지로 흩어졌습니다. 흩어져 살다가 온 힘을 다해 돌아온 헬라파 유대인들의 마음을 찢은 복음으로!

사람의 어두움은 그 마음에 있는 것과 상처들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존재감을 감추게 하여 ‘문제’와 ‘상처’에 속게 하는데 영악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여전히 자신 속에 머물게 하면서 돌은 다른 사람에게 던집니다.  

어째서 사람의 눈이 마음의 창일까요? 마음이 어두우면 눈이 어둡습니다. 당신이 기쁘면 눈이 기쁘게 말합니다. 당신이 아프면 눈이 아픕니다. 사랑에 빠지면 눈이 꿈을 꿉니다.  
폭풍의 바다에 환상을 심어 연주한 쇼팽은 요양중인 마주르카 섬에서 계속 곡을 썼습니다. 절망을 간결하게 표현하지만 깊게, 슬픔을 폭풍처럼 연주하나 ‘미적(aesthetic)’환상을 절제를 불어넣어 연주합니다. ‘미적’이라는 말은 ‘지각적인’이라는 말과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통과 절망을 지각하지만 피하거나 담아두지 않는 태도입니다. 물질이나 대상에 집착을 하거나 거기 머무르면 그것의 노예가 되기 쉽습니다. 우리에게 오는 삶의 격동과 거침은 좌절하게 함이 아니요 막혔던 장벽들과 길을 내게 하는 깨달음이고 또 다른 기회입니다. 이런 것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머무르지 않는 그대가 자유민입니다. 삶을 창조하는 작가입니다!

  


말하기를 그치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말을 한다
차마 이내
숨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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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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