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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아래] 포기냐 선택이냐

명드보라 선교사

포기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포기란 희망했으나 가능하지 않으니 접는 다는 말이며 선택은 가능성의 여부와 상관없이 내가 그 방향을 선택하고 그 길로 가는 것입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Vasilievich Rachmainoff)는 장군의 딸인 어머니와 육군장교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무관이 될 뻔 했지만 집안이 전부 망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10대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를 엄격하게 가르친 즈베레프라는 선생님의 집에서 숙식을 하며 사사를 받아 러시아 낭만주의 대 작곡가이자 피아노 거장이 되었습니다. 그가 산 시간은 19세기와 20세기의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자신도 1917년 러시아혁명에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망명하여 영어도 못하는 소외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10대에 피겨퀸(Figure skating Queen)으로 활동을 한 김연아 선수가 벤쿠버에서 라흐마니노프의 곡 “The bells of Moscow”에 맞추어 스케이팅을 하는 모습을 보면 작곡가와 그녀의 삶의 교집합들이 보여 아름답습니다.

그대들은 7가지를 포기한 세대라 하여 7포 세대, 혹은 포기할 것들이 계속 늘어나는 세대라 하여 N포 세대라 한다지요. 취업.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과 희망. 실은 지금까지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의 세계를 진입할 때 보통사람들에겐 그다지 순탄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무엇을 집단적으로 포기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없었습니다. 혁명과 전쟁 속에서도 말이죠.

많은 젊은 친구들이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것부터 우왕좌왕하고 부모님의 가이드를 받는 사람부터 자신의 고집대로 가는 친구들까지. 적어도 이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모르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인생은 자기 삶에 대한 책임과 자유를 선택하기를 배우는 학교 밖의 배움터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스스로 학습하는 것입니다. 내 삶의 선택의 자율권이 주어지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지 준비나 행동을 하게 되지요. 저의 청소년기 역시 지금의 세대와도 달랐고 그 때 저의 세대와도 달랐습니다. 특별하게 우월하지 않은 여자에게 대학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한 예비코스처럼 부모님들이 말씀하셨기에 저는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중 3때 대학과 의존적 결혼을 내렸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살지, 그렇다면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내 존재에 대한 질문들을 책에서 답을 얻기 위해 여고 때는 수업 중에도 빠져나가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고 길을 찾았지만 좋은 멘토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소설이나 철학은 좋은 작가와 작품이 많았고 인생에 메시지를 던졌지만 책을 덮으면 길이 없었습니다. 결국 “조물주인 하나님이 살아계시면 이런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하셔야 하고 싸인을 달라고 성북동 입구에 서서 친구와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그 후의 일은 긴 이야기지만 기도가 끝나고 별하나 없는 캄캄한 밤하늘에 붉은 십자가를 보고 따라가 시작된 저의 만20세 성년의 인생과 삶의 방향은 모두 바뀌게 되었습니다.

성경의 중풍병자의 이야기는 당시나 지금이나 큰 교훈을 줍니다.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으므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선택이나 희망이 희박한 사람입니다. 살다 보면 어느 때나 누구에게나 이런 상황과 시간이 올 수 있습니다.

마가복음 2장 기록은 지금까지의 상황이 바뀐 것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게 되면서 입니다. 예수께서 가버나움의 집에 계시다는 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문 앞까지도 들어설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문은 있는데 그 문은 내가 들어갈 수 있게 열려있는 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입구를 막고 있는 문입니다.

거기에 사람들이 한 중풍병자를 네 사람에게 메워 가지고 집까지 온 것입니다. 그런데 무리들 때문에 예수께 데려갈 수 없자 그들은 지붕으로 올라갑니다.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가 누운 상을 달아 내립니다. 그 병자를 메고 온 사람들은 지붕에 있었을 겁니다. 중풍병자는 예수를 만나 병고침을 받고 자기가 누운 상을 가지고 걸어나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저는 이 성경내용을 읽을 때마다 감동이 옵니다. 구원은 오직 자기의 믿음으로만 얻게 됩니다. 그런데 이 중풍병자는 자기믿음 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온 사람들과 메고 온 네 사람의 믿음으로 죄사함을 받고 병고침을 받습니다.

마가복음은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라고 기록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풍병자와 그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도와 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지붕 위까지 올라가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를 달아 내린 사람들 말입니다. 함께 가는 길이 그래서 소중합니다.

생각해 봅니다. 어디에 취업을 하려는지 어떤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은지. 지금 세대는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며 성장하고 사회이익구조 속에서는 남들과 같아지기를 바라는 소비를 하고 성년이 됩니다. 2015년 가을 현재 청년실업 공식집계12%, 비공식 25% 넘는, 이 같은 통계는 결과가 아니라 계속 진행중인 현실입니다. 청년세대는 구조적인 장벽 앞에 서있기 때문에 포기를 하는 것입니다. 문은 있는데 사람들이 막고 있어 내게는 열려지지 않는 좁은 길입니다. 꼭 거기를 가야 살 수 있다면 지붕을 뚫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구조는 처음엔 단순하지만 시간과 상황과 모멘텀(momentum) 에 따라 어떤 모양을 갖게 될지 그것만 바라보면 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오면 찾기가 수월 합니다. 그리고 두드리십시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그것을 먼저 알아야겠지요. 포기보다 다시 찾기를 시작하세요.

예수께서 문을 두드리는 그림이 기억납니다. 밖에는 문고리가 없지요. 내가 열지 않으면 그를 만날 수 없습니다. 마음이나 현실의 무거운 내 문을 먼저 여는 첫 번째 선택은 어렵지 않습니다. 첫 발을 디디면 두 번째 발은 훨씬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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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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