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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세이

보이지 않는 집

                                                                     명드보라

 

작은 집에서 아침 식사하고 나오는 남자가 힘있게 걸어 직장으로 가는 모습을 볼 때 저 사람은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지는 구겨졌어도 어깨가 펴진 남자, 말할 때 권위는 없지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남자. 쉽게 감사하지만 현실에 정체하지 않는 남자. 그 사람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집이 있습니다.

  

유대인의 탈무드에 한 착한 부부가 어쩌다 이혼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남편은 곧 이어 재혼을 했는데 운이 없어서(탈무드의 말을 빌면) 나쁜 여자를 만났고 그 남자는 여자와 같이 나쁜 남자가 되었습니다. 아내도 이어 재혼을 했는데 그녀 또한 나쁜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 새 남편은 곧 어질고 선한 남자가 되었습니다. 남자는 이와 같이 언제나 여자에 의해 달라지게 된다는 탈무드의 교훈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혹은 나이 든 세대를 바뀌지 않을 사람이라고 못을 박습니다.

 

언젠가 고두심씨가 20년 이상을 그저 작가가 만들어준 인물(전원일기 중)을 연기하면서 국민 어머니의 이미지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녀의 젊음을 그 인물에 어울리도록 절제하며 살았는데 시간이 지나 배역처럼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감사하다는 그녀의 인터뷰에서 외적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내면의 그녀가 바뀌었다는 고백을 들었습니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대상을 인식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사물의 주의를 도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사물의 내부에 들어가는 것이라 했지요. 전자는 우리의 관점과 표현이 취하는 것이고, 후자는 관점이나 기호에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즉 전자는 상대적 지식에 도달하려는 행위요

후자는 가능한 절대에 도달하려는 인식 혹은 그 행위입니다. 대부분 사상이나 철학의 맹점은 처음 잡아 끄는 뜨거운 매력이 끝까지 같은 힘을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관점과 기호를 뛰어넘는 성숙한 믿음의 사람들도-후자의 '인식'혹은 '직관'의 영향으로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에게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은-자기 안에서 직관이 달려가는 속도를 잡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때로 이것은 편견을 만들어 내어 성화가 이루어져야 할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인식의 집입니다.

 

우리의 본체(Noumena)는 주 예수지요. 그간 살아온 환경과 영향과 목회나 선교경험이 주님을 앞서 갈 수 없습니다. 소명을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듯 우리의 삶의 본체는, 자유의지를 사용하여 살아가나 그것은 주님의 세계를 나와 더불어 이루기 위함 입니다. 사건이나 대상을 제한된 직관이나 기호의 틀에 넣기 위해 자유의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것이지요. 세상을 뒤엎은 인본주의자들의 머릿속을 풀어놓은 수 많은 책들의 고민은 임마누엘 칸트가 강조한 참실체 (re reel)에 관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 대부분 예수라는 이름의 주변에 서성였으나 그 분에게 자신을 다 열어주지 못했습니다.

 

결혼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이름을 걸고 살지만 허물은 쌓이기 쉽고 감사는 더디 생성됩니다.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집에 함께 들어가 살면 온갖 못난 것과 거짓의 덩어리도 눈이 볕에 녹듯 흔적도 없습니다. 음지가 두꺼운 집에 살면 당연히 춥고 아프겠지요. 순례자에게 안식처는 그날 쉴 곳이듯 시인에게는 영혼의 불을 지피는 곳입니다. 그대의 집은 어디인가요!

 

 

‘Being at home in my own soul,

Never to be led elsewhere’

(Herman Hesse ‘rain’ 중에서)

 

**

헷세(Herman Hesse)의 집엔

부드러운 여름 비

마른 풀과

나무들이 휘파람을 부는

 

내 영혼에 집

여기에 있지 않지만

 

혜화동 골목길 혼자 걸으며

교회 앞 계단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오는

봄 비에 기억 속 교회가 젖는다

촘 촘 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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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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