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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세이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운명
(A Common Destiny for All)



                                                  명드보라 선교사

진실한 꿈을 가진 사람에겐 작지만 아름다운 기다림이 있습니다. 또한 포부가 크고 할 일이 많은 사람도 늘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시간을 기다려 본 이들은 그다지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갑니다. 왜냐면 그들은 그 운명적인 만남이나 대상은 의외로 복수(複數)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찾는 사람에겐 ‘사람’이 기다림이 아니라 ‘사랑’이 기다림이라서, 그 대상이 슬퍼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랑의 대상은 그를 떠나 갈 것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계속 삶을 살면서 실패하게 되는 이유는 이런 것들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누구에게나 다가오지만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것은 그 대상의 영혼이 먼저 가슴에 다가오지 않아서입니다. 자기 ego를 채우기 위한 사랑은 나눌 수 없는 그림자일 뿐입니다.
주님의 사랑을 생각해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대상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그 자체로 감사요 기대입니다. 얼마 전 짧은 생을 마친 미혼의 사촌 여동생의 장례식장에서 그녀에게도 오래도록 사랑한 법학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정리를 하고 떠났는지는 모르지만 가슴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 장소가 있습니다. 예술은 거기를 마음대로 드나듭니다. 플라톤은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비밀 장소를 파고든다’고 말했습니다. 나찌 정권 때 베를린에서 음악국 총재로, 당시 미술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던 R. 스트라우스 (Strauss, Richard 1864-1949)는 멘델스존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작품 “한 여름밤의 꿈”을 새로운 제목으로 만들라는 정부의 명령을 거부했죠. 음악을 위해 복역했고, 예술을 위해 자리를 내려놓았습니다.

사는 동안의 자유는 필연적인 관계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름다움을 누리도록 합니다. 더불어 아침이 오는 소리, 어둠을 밀어내는 새벽 빛의 함성, 보고 듣고 씹고 느끼는 감각의 축복, 색의 축제, 이런 모두가 주님이 누구에게나 주신 은총인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남에게 보이지 않는 비밀스런 마음에 상처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길어 보이나 ‘한 여름 밤의 꿈’처럼 훌쩍 지나가는 인생의 끝에서는 아무리 큰 권력도 마음의 아름다움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기본 수명이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장례식장은 붐비며 화장터도 예약을 해야 합니다.

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한 스트라우스의 가슴 속엔 늘 이상적인 여인에 대한 동경이 넘쳤습니다. 예술로 다 채울 수 없었던 그의 정신세계 속에는 여행과 미학과 하나님 없는 철학자의 윤리적 가치관에 자신을 맡기기도 했고, 세례 요한의 목을 벤 사건을 극화한 “살로메”의 아름다운 선율이 유명하지만 그가 지은 미학적인 음악들과 시어들을 함께 나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로뎀나무에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터 위에 인생의 공적(the quality of each man’s work)들을 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길을 잃었을 때, 고린도 전서 3장의 공적이 불로 시험을 받을 때 이야기를 깊이 생각해봅니다. 불로 시험할 때 그대로 남는 공적! 그 다음 설명이 “누구든지 하나님의 성전을 무너뜨리면 하나님이 그 사람을 멸하시리라” 입니다.

스물 네 살 열심히 교회생활을 하고 있을 때 죽음의 목전에서 부끄러운 구원을 직면하고 시간을 요구한 저로서는 무엇이 없어지지 않는 공적인지 아직도 조심스럽습니다. 회심 후 목사님들이 말하는 대로 교회생활과 봉사를 열심히 했지만 공적의 질이 우스웠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 하나님의 성전이 있다면, 그 속에 먼지에 가려진 혹은 타락으로 무너졌던 성전의 터에 공적을 짓는 일을 생각해봅니다.

사랑하고 섬길 수 있게 숨이 붙어 있는 시간을 주셨는데, 다시 오지 않는 백일몽처럼 지날 인생 어떤 모양일지는 잘 모르지만 불에 타버리지 않을 공적으로 예수님의 터 위에 함께 지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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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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