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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세이

Cor meum tibi offero Domine


                                                                         명드보라

솔직히 고민스러웠다. 가슴속에 가득한 말들이 뜨겁게 응집되어 터질 것 같았는데 삼키면서 돌아서야 하는 마음. 거기만 들여다 보면 아직도 할례 받지 못한 자존심의 한 덩어리가 보이는 듯 해서 나도 보고 싶지 않은 내 안의 소리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싶을 지경이다.

당신은 대체 어떤 영장류기에 눈빛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아픈 마음을 바람에 땅끝까지 늘어진 버드나무 빚질 하듯 천천히 삭히며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말을 하고 계시는가. 오늘 밤도 이곳은 화산재 먼지가 뒤덮인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거린다. 그런 화산재는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날라가기도 하지만 어느새 쌓이기를 반복한다.  

인생에도 바람에 흔들리는 시간들이 찾아온다. 다름 아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존 칼빈(John Calvin)은 음행과 죄로 가득한 유럽과 조국 프랑스를 보면서 교회가 정치와 타협에는 우아하고 지적이면서 막다른 길 같은 세상에 취한 성도들에게 무관심하고 미신적 종교로 타락하는 것을 보면서 뜨겁게 고백한 말이 “Cor meum tibi offero Domine” 즉 ‘나의 마음을 주께 드립니다’이다.

인생은 누구나 산에 불을 지를 만큼 뜨거운 시간을 경험하지만, 대부분은 사람을 사랑하는 커다란 자석처럼 붙어버린 마음을 가졌던 사람도 주님께 드릴 때는 다소 의지적이다. 아직 그 분과의 사랑의 맛을 모르기 때문에 우린 가볍고 익숙한 연장을 혀에 달고 살 때가 있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그 대상을 위해 가장 필요한 배려를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다.

마틴 루터(Martin Luther)가 성경번역을 하고 있을 때 존 칼빈은 기독교강요를 쓰면서 자신이 그토록 우상시 했던 교황의 법을 버리고 로마교회를 떠나 성경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옷소매에 심장을 그려 마음을 주께 드린다고 새겨가지고 다녔다. 성 십자가 교회에 심장이 묻혀있다는 쇼팽(Chopin)의 열정을 섬세한 영혼으로 풀어내 여인의 마음을 만지듯 흐르다 멈추는 피아노 연주 속에 그가 사랑한 세상과 살아있는 동안 찾은 하나님에 대한 갈망의 그림자를 읽는다. 여러 번 반복해서 듣다 보면 한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가지고 싶은 사랑을 쟁취해서 곁에 두고 살면서도 그녀 하나를 다 못 채우는 듯한 작곡가의 심장소리.

선교사나 목회자로 드린 삶. 그 곁에 있는 사람은 서로의 가슴 속 깊은 곳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하나님께 다 드린 마음이라 볼 수 없는 사람도 있을까. 그래서 더 먼 곳을 보면서 서로의 깊음을 길어낼 수 없어 다른 것을 바라보는 것인가?    

대중 앞에 선연히 서있는 한 여인 조르쥬 상드의 마음을 가진 남자로서의 그는 사람에게 있을 리 없는 영원성의 한계를 만나면 얼마나 절망스러웠을지 생각해본다. 지금 우리를 절망케 하는 것은 사실 이미 그런 것은 아니다. 일반인과 제사장이 다른 것이 없다고 고발한 호세아 선지자가 말한 영적 간음을 하고 있는 세대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거세게 장악하고 있는 이 문화 속에서 교회는 전철의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은 젊은이처럼 산다. 노인이 앞에 서면 선잠을 청한다. 그 노인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적잖은 교회의 선교와 선교사에 대한 마음이기도 하다. 사실 관례와 문화에 익숙해지는 교회가 선교필드만큼 영적 전선이다.

종교개혁가 존 칼빈 같이 옷소매에 자신의 의지를 새기고 다닌 사람도 여자문제에는 승리하지 못했다. 살아있는 모든 남성의 아킬레스건이 아닐까? 그래도 마틴 루터(Martin Luther)와 존 칼빈(John Calvin)이 지금 필요하다. 북녘의 성도들은 50년을 넘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는 이 동네와 저 동네가 불을 지르느라 그들을 잊고 싶은 것이다. 미스바 성회가 그립다. “나의 마음을 주께 드립니다. 말씀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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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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