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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세이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

명드보라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제이지역의 동역자를 만나고 오면서 쏨 형제와 차 안에서 나눈 이야기였다. 음식과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그가 최근에 찬송 곡을 만들었다.

며칠을 밤늦게까지 K 선생과 함께 곡을 반복해서 불러보고 영상물을 만들었는데, 솔직히 며칠을 반복해서 들으며 잠도 못 잘 때는 시끄러웠다. "찬송을 저렇게 만들지 않아도 다른 방법이 있을 텐데, 역시나 아마추어가 티를 더 내누만…" 사실 그 두 사람을 안 것은 내 인생에 커다란 숙제이자 고민이자 경이로움이기도 하다. 그들은 상당히 학구적인가 하면, 함께 일하러 나가면 촌부보다 더 촌부처럼 보이고, 음식을 먹을 때 보면 끼니를 거른 사람처럼 맛있게 먹고, 위기의 상황에서 복음을 전할 때는 어떤 전도자도 흉내 낼 수 없는 열정과 능력의 말씀이 선포된다.

두 사람이 내 삶에서 풀어야 할 의문인 것은 여러 의미에 걸쳐있기에 한 마디로 표현하기엔 어딘가 부족함이 있다. 그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쓰는 순간 가슴에 큰 망치가 들어갔다 나온다. 한 번은 둘이 함께 회중이 모인 자리에서 복음을 전할 때이다. 한 사람이 다 못한 말을 옆에서 보충한다. 누가 먼저이고 나중도 없다. 팝콘처럼 자연스레 터진다. 그야말로 성령의 역사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들썩거린다. 일어났다 앉았다 기도하며 "아민, 아민" 계속되고, 시간에 둔한 두 사람은 모임이 파하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애프터를 즐긴다. 잘 생긴 남자들도 아니며 얼굴에 성령 충만이 서린 사람들도 아닌데 안보면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별로 기다리지 않다가도 소식이 없으면 꼭 알아봐야 할 사람들이다.

좀 아이러니 한 것은 그가 소개시켜주는 하숙집은 같은 조건의 다른 곳보다 비싸다. 또한 일군이 필요해 부탁하면 모두 자기 친구라며 데려온다. 그 다음은 물어 보나 마나이다. 딱히 더 들을 만한 것이 없다. 솔직히 그는 외부인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진 사람이 더 내라는 논리를 가진 쏨 형제. 없는 사람이 더 받아야 한다는 사람. 그라는 사람을 그냥 사랑해야지 하고 품었다간 절대 자기혼란에 빠진다. 자기 종족을 사랑하는 일에는 맹목적인 사람. 그는 정말 자기종족에 눈이 멀고 맛이 간 사람이다. 외부자의 눈엔 형평의 논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들 안에서 그는 너무나 공평한 딜(deal)을 하는 존경받는 사람인 것이다.

"우리 내셔날(national)들도 당신 외국선교사들과 다를 바 없는 뜨거운 생명의 부르심이 있어요." 라고 말하는 쏨 형제의 눈에선 차갑고 강렬한 빛이 흘렀다. "그렇죠. 형제만한 사람 열이 이 땅에 있다면 벌써 뒤집어졌을 걸요!" "뭘요, 우리나라엔 활화산(gunung api)이 터져 가끔 뒤집어 집니다!" “하하하…” 모두 웃을 수밖에 없다. 그를 좀 추키려 들면 잘도 말을 받아 빠져 나간다.

밖은 끝없는 사탕수수밭과 1년 3모작을 하는 논의 한 쪽은 익어서 출렁이는 벼가 들판을 덮고 그 옆은 수확하고 밑 둥만 남은 논바닥이 보이는 가하면, 길가 논에선 모판에 볍씨가 자라 파릇하고 촘촘히 심겨져 있었다.  그럴 것이다. 우리 인생의 긴 행로에 누군가는 열심히 가꾸며, 누군가는 추수를 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전혀 새로운 삶의 모판을 만들 것이다.  4시간에 걸친 K 선생의 묘기 같은 운전에 가슴을 졸이며 그러나 눈치 채지 못하게 한마디 했다 "하나님을 괜한 일에 바쁘시게 하지 맙시다!" 그런 와중에도 서로 노래를 부르다가 내가 기억하는 괴테의 말이 그 형제에게 어울려서 차창에 적어보았다.
Knowing is not enough, We must apply; Willing is not enough, We must do.
사범대학출신이며 대학의 영어선생이었던 쏨은 이 짧은 글을 맘에 들어 했다. 차림새나 생긴 것은 이곳의 30 대 보통 남자처럼 수더분했다. 그러나 그가 부르는 자부르(시편)의 찬트(chant)가 노을이 지는 들판에 하나의 영상 같다. 그가 가는 곳에는 사람들이 드나든다. 이슬람 종교지도자들도, 마을의 유지도, 궁금한 누구라도 그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러던 그가 지난 11 월 우리 집에서 자신의 찬양을 편집하고 헤어진 그 다음 날 사역현장에서 마을사람들과 기도하다 잡혔고, 2년 6개월의 형을 언도 받았다. 죄목은 샤하다(이슬람 신앙고백)를 이사 알마시(예수 그리스도의 아랍식 발음)의 이름으로 했다는 것이다. 무슬림이 그를 보면 그냥 무슬림이다. 그러나 그는 진리이신 이사 알마시의 능력을 드러내는 전도자이다. 그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말씀을 전했을 때 함께 듣던 마을 사람들이 거의 그 자리에서 이사 알마시를 영접했다. 그 같은 사람을 하나님은 왜 감옥으로 보내셨을까? 잘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듣는 소식은 함께 같은 감방에 있는 죄수들이 그같이 죄 없는 사람이 잡혀 있다고 울어주고 통곡했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이 땅에 성육신(incarnation) 하심은 죄인을 위해서이다. 먹는 것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이 형제가 먹을 것 없고 볼 것 없는 곳에서 죄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그럼 그렇지 하다가도 인간적으론 가슴이 내려앉았다. 더욱이 그에게 괴테의 시를 한 수 읊으며 불을 질러놓고 편히 지내는 내가 정말 죄인 아닌가?  그리고 셋이 나누던 대화를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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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7.05.30
22:54:30 (*.58.20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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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로하나

2007.06.01
15:38:59
(*.143.110.106)
선생님의 글은.. 뭐랄까.. 잔잔하면서도 가슴 깊은 곳을 건드리는 힘이 있는거 같아요. 인니의 휴일인 오늘.. 천천히 이 글을 읽으며.. 눈물이 핑 돌고.. 제 자신을 다시 성찰해보게 되네요.

insiders

2010.01.08
11:49:44
(*.164.116.179)
쏨 형제는 지난 2008년 8월, 6 개월 감형되어 특사로 풀려났고 지금도 더욱 활동적으로 디족 내부자 운동의 핵심으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랍 문화 중심지에서 좀 더 체계적인 경험을 쌓고 이곳 현지의 내부 지도자로서 내부로부터의 운동을 주도하기 원하는데... 2010년도에는 이 쏨 형제를 후원할 수 있는 공동체나 개인이 나타나서 에스국이나 엠 국에서 아랍문화 및 기도자 교육 과정을 받고, 더욱 본격적인 내부자운동의 모델을 세워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도 및 후원 관심자는 인사이더스 insidersm@gmail.com 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 오랜 만에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쏨 형제와 같이 동역하는 분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 2010년 새해 벽두에 --

insiders

2018.10.28
10:40:32
(*.148.223.170)

올 해가 2018년이니 쏨 형제가 감옥에서 나온지 10년이 되었습니다.

돌아 보니,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우리 인생에 가장 값진 것을 가졌기에....

그렇게 우리는 지난 10 여년을 또 달려 왔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 길을 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인생의 가장 값진 것을 꼭 찾고 함께 동행하기를 바래 봅니다.

쏨 형제는 여전히.... 열정적으로 우리 주님을 향한 사랑에 감격하며 자신의 종족 내부에서 지도자로서 큰 운동을 이루어 가고 있답니다. Alhamdulli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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