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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에세이

성탄과 낮은 자리

                                                                           명드보라

한국은 겨울이라 춥다지만 이 더운 곳에서 몸이라도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이상한 것은 기쁨을 기다리는 순간이 더 할수록 살은 춥고 아프며 정돈이 빠르게 되지 않는다.

다급한 일로 쏨 형제와 각각 기도하며 이전에 살던 항구도시로 갔다.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이동을 해야 하는데 형제가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가방을 챙기는데 복도에서 간밤에 꿈을 꾼 이야기를 나누고들 있다. 너무 힘들고 괴로운 꿈을 꾸어서 자신은 지금 길을 떠나는 것에 자신이 없다고 한다. 대체 얼마나 불길한 꿈을 꾸었다고 왔던 길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내가 알던 형제는 책임감이 강하고 영적인 사람이었다. 물론 꿈 한 자락으로 영성의 어떠함을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사단에게 정서적 속임을 당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께서 싸인을 주시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무거운 걸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육체적 감금을 당해 힘들 때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세계 곳곳에서 기도를 했다. 형을 감면 받고 나왔을 때 모두 감사하면서 그의 간증을 듣고, 그의 고생을 위로했다. 형제는 출소 이후 곳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너무 정직하게 썼기 때문에 아무도 형제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를 위해 기도했던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유명한 인사가 설마 재정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성령께서는 이상한 방법으로 우리 두 사람에게 각각 일하고 계셨다. 결국 이 문제를 놓고 기도했을 때 하나님께서 부실한 몸만 가진 자에게 “가서 도우라!”는 마음을 주셨고, 쏨에게는 조금씩 들어오는 후원금도 아예 거절할 믿음을 주셨다.  

사람을 누르는 것은 죄와 욕심뿐이 아니다. 구속 없이 맘껏 살 수 있는 이 넓은 세상에서 갇히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따뜻한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과 가진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부모도 없는 혼자 된 아이들, 남편 없이 가정을 짊어진 엄마들. 이들 몸과 영혼이 피곤한 사람들의 눈물 때문에 하나님께서 육체를 입고 낮은 곳으로 오셨다. 이 번 성탄절에도 예외 없이 수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누워있다. 부모의 관심에서 버려진 영아들과 고아들. 그들이 모여 사는 곳엘 가면 약품냄새 같기도 한 환자에게서 나는 병약한 냄새가 난다. 먹고 싶을 때 맘대로 먹지 못하고 행복한 웃음과 엄마의 가슴을 모르는 아이들. 혼자 힘으로 아이들과 살아가기 벅찬 가난한 엄마들의 눈물과 지치고 힘든 이웃들이 많기에, 주님은 특별히 부르신 우리의 주머니나 몸과 가슴을 비우실 때가 많다. 같이 춥고 배고프지 않으면 성육신 하신 예수의 가슴과 심장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리라. 그저 그 낮은 자리까지 내려가지 못해 마음의 발을 구르며 한숨의 기도를 드릴 때 “너 정말 나처럼 살기를 원하느냐, 너 정말 믿음이 있느냐?” 라고 물으신다.


예수께서는 다 비우시고 종의 형체로 오셨다. 종이란 자기 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신분이다. 낮은 곳으로 오셔서 가난 한 자, 포로된 자, 눌린 자에게 은혜의 해를 전파하셨다. 복음의 비밀은 힘없는 자가 받으면 힘없이 전파될 것 같은데 자기를 비우고 성령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입고 있는 물리적 육체는 물질을 채우고 관리를 잘해야 살 수 있지만, 영이 눌리는 사람들은 결국 물리적 몸조차 관리할 수 없게 된다.  

등불을 켜서 등경 위에 두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함이라는 글을 읽고 가슴이 뜨거웠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위해 등불을 켠다. 나를 위해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해 혼인잔치에 등불을 들고 기다리는 신부로 주께서 천국 비유를 하셨다. 사가랴의 예언처럼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은 자에게 비취고…” 누군가를 위해 등경 위에 등불을 켜면 당연히 켜둔 사람도 볼 수 있다. 소경이라도 다른 이를 위해 따뜻하게 등불을 밝히는 것 이것이 예수께서 낮게 오신 천국 비밀 중 하나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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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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